“증거 찾아오고 내용 바꿔라”… 용산署고소장 반려 물의
늑장 수사, 은폐.축소 수사로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가운데 용산경찰서가 집단폭행을 당한 고소인의 고소장을 반려해 물의를 빚고 있다.
31일 수입 오토바이를 파는 딜러회사 호양홀딩스의 정모(26) 과장에 따르면 용산경찰서는 정씨의 고소를 뒤늦게 접수하면서 고소장을 반려하는 등 늑장 대응과 편파 수사를 하고 있다.
정씨의 주장에 따르면 호양홀딩스는 최근 오토바이 수입 전문업체인 T사와 거래하던 중 T사가 통관서류를 위조하고 차량의 고유번호를 허위 기재하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납품거래를 끊는 한편, 문제가 있는 오토바이를 납품한 T사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정씨가 소송을 제기한 직후인 지난달 28일 새벽 0시30분께 T사의 대리점 사장 J모 씨로부터 “소송과 관련해 얘기좀 하자”는 전화를 받고 한남동에 있는 매장으로 찾아갔다가 강금폭행을 당했다.
정씨는 “매장에 도착하자 T사의 대표와 직원, J씨가 기다리고 있었고 T사의 직원들이 문을 막아선 가운데 J씨가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심지어 J씨가 오토바이 수리공구를 잡고 손가락을 그으며 “너희 사장의 약점을 3개만 대라. 아니면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2시간여 동안 폭행당한 정씨는 안과에 전치 4주, 정형외과에 전치 2주 등 상처를 입고 치료 중이다.
정씨는 폭행을 당한 후 곧바로 용산경찰서를 찾아가 T사의 직원 2명과 대리점 사장 J씨 등 3명을 공동폭행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담당형사는 “1명은 망을 보고 1명은 문만 막았다면 실제로 때린 것은 1명 아닌가? 그렇다면 1명만 고소해라”고 종용했다. 폭력행위등 처벌한 관한 법률의 2조 2항에 따르면 ‘같이 때리지 않았다 할지라도 때릴 것을 알고서 못 나가게 막았다면 합동해서 폭행한 공동정범’인데도 경찰은 T사의 대표와 직원을 감싸고 돈 것이다. 변호사의 조언을 받은 정씨는 30일 다시 경찰서를 찾아가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담당형사는 고소를 접수하면서도 “고소장에 공동폭행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무리가 있으니 고소장을 고쳐서 써오라”며 또 다시 고소장을 돌려줬다. 결국 이틀이나 고소를 늦게 접수한 경찰은 이번에는 고소장도 없이 고소를 접수한 어정쩡한 꼴이 되고 말았다.
정씨는 “증거 자료로 매장에 설치된 CCTV를 확보하고도 ‘우리가 복구할 이유가 없다. 하고 싶으면 당신이 알아서 직접 복구해 오라’는 말을 듣고 황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에 따라 CCTV를 개인적으로 복구하고 있다. 상황을 들은 경찰 관계자는 “고소의 경우 고소인이 제출하는대로 받아주는 게 원칙인데 고소장을 수정해오라고 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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