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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소방본부의 인사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소방본부 요직을 소방간부후보생 출신들이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본부 내부에서는 소방간부후보생 출신들이 요직을 독식하는 인력구조가 끊이지 않는 인사비리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부산시와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부산시소방본부 전체 인력 2264명 가운데 38명에 불과한 간부후보생 출신들이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 현재 부산시소방본부장과 본부 과장급 3명 전원이 간부후보생 출신이다. 또 일선 소방서장 10명 중 8명과 소방학교장 1명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들 간부후보생 출신은 결속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지역 소방서의 한 소방계장(소방경)은 "소수인 간부후보생 출신들은 소방본부의 '로얄패밀리'를 자처하며 똘똘 뭉쳐 각종 인사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펼친 지 오래이며 이는 현 인사구조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현실에서 비간부후보생 출신들이 요직에 오르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며, 일선소방서 직원 사이에서는 '일반소방직 출신은 소방령까지만 가도 출세한 것'이라는 말이 흔히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령같은 중간간부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이 과정에서 로열패밀리를 상대로 금품로비가 이뤄지기도 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요직 독식구조가 바로 인사비리의 온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검찰 수사에 적발된 부산시소방본부 모 과장의 경우 승진과 보직변경 등의 인사특혜를 미끼로 부하직원 15명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공무원의 직제를 보면 부산시소방본부장은 소방감, 소방본부 과장은 소방준감, 지역소방서장 및 학교장은 소방정, 본부 계장과 지역소방서 과장은 소방령, 소방본부 주임과 지역소방서 계장은 소방경, 지역소방서 주임은 소방위다. 부산시소방본부의 경우 간부후보생 시험을 거쳐 소방위로 임용되면 통상 3~4년마다 한 계급씩 승진한다. 계급 체계가 비슷한 경찰에 비해 계급별 승진 속도가 빠른 편이다. 공채로 임용된 일반소방직의 경우 소방사로 임용돼 소방교, 소방장을 거쳐 소방위로 임용되는데 빨라도 16년이 걸리고, 소방위에서 한 단계 위인 소방경으로 승진하려면 보통 6년은 기다려야 한다.

소방직공무원들은 해마다 터지는 소방본부 인사비리 사건으로 크게 위축된 분위기다. 한 소방직공무원은 "시민은 물론 매일 극한 상황에서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에게 부끄럽기 그지없다"면서 "본부의 고위직들은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산시가 이번에도 일이 터지자 '감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일회성·요식행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면서 "소방본부의 인사비리 근절을 위해서는 특정 그룹이 요직을 독식하는 인사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