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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는 군의 단결을 파괴하는 적이다.

최근 경찰이 고질적인 전투경찰의 하급자 구타행위를 척결하기 위해 문제가 된 전경부대를 해체하고 대대적인 소원수리와 면담을 하여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 시정노력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한편 3월 21일 다수의 언론매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병대 소속 연대 한 곳을 직권 조사한 결과를 인용 발표하였다. 모두 7명의 사병이 심각한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고 한 선임 병은 "군기를 잡겠다."면서 이층 침대에 후임 병들을 매달고 때려 한 병사의 갈비뼈가 부러졌다.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폐쇄된 조직, 임무가 힘들고 그 생활이 단조로운 군대 조직에는 구타나 가혹행위가 극소수의 비뚤어진 병사에 의해서든 부대의 관행에 의하든 또는 우발적이든 간에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군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수년전 러시아 군대내무반에서 선임 병들이 후임 병들을 아무런 이유 없이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TV에 방송되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또 오래된 이야기지만 월남전이 한창일 때 미 항공모함 갑판에서 기합을 받던 해군수병이 일사병으로 사망한 사건이 타임지에 보도되고 미국사회에 큰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우리 군 특히 육군은 지휘관들의 지속적인 노력에 의거 구타사건과 가혹행위가 과거에 비해 현격하게 감소했지만 완전하게 뿌리 뽑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강한 군대니 천하무적이니 하여 부대원을 ‘자기체면’을 거는데서 출발한다. 그런 부추김에는 언론도 한 몫을 차지한다. 즉 우리부대는 어떤 부대보다 전투력이 강하고 그리고 군기도 세다. 그래서 군기를 유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잘못에 대해 그것을 즉각적으로 시정하는 수단으로 물리적 제재나 구타가 필요하고 병사들은 이것을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차차 상급자나 외부에 알리는 것은 부대 명예를 실추시키고 나아가 더 심한 가혹행위가 따른다고 위협하고 세뇌시킨다.

이러한 구타행위는 자기만 편하겠다는 원초적인 인간의 나쁜 본능이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이 잘 근절되지 않는 것은 최근에 매우 지능적으로 자행되고 있고 지휘관 특히 중간 관리자들이 자신의 경력관리를 위해 사고를 은폐하려하고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라는 정부기구의 좋은 일거리가 생겼다. 창피한 일이다

얼마 전 이스라엘군의 내무생활과 훈련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KBS에 방영되었다. 훈련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도 군기는 엄정하게 유지되었다. 참모총장이 기관단총을 메고 장병들에게 훈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투에 필요한 것은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무기, 전차, 항공기 등을 다루는 숙련된 전투기술이지 구타로 ‘단련’된 군대는 결코 아니다.

어느 외국의 경영학 교수가 ‘이스라엘군의 병영은 최고의 MBA과정’이라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여러 분야에 경험을 가진 젊은이들이 3년간 군대라는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을 하면서 삶의 지혜와 인간관계를 전우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군대라는 것이다. 외관상 자유스럽게 보이는 이스라엘 군대가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분위기를 닮아갈 때 실질적인 전투력 향상과 부대 단결이 이루어지고 군에 대한 불신도 감소되고 고질적인 병역 기피도 근본적으로 해소 될 것이다.
구타나 가혹행위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거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특효약은 없다. 그러나 지휘관의 지휘관심과 구타사고에 대한 단호한 조치만이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90년대 중반 육군에서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구호를 지휘관들이 편리한 대로 사용한 적이 있었다. 군대의 단결을 이룬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구호지만 매우 위험한 구호였다.

이것은 다른 의견은 용납하지 않고 내말을 무조건 따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이것이 말단 부대에 이르면 간부들의 언로를 막아 버리고 병사들의 세계에서는 선임 병들의 폭력을 정당화 시키는 빌미를 제공한다.

진실로 강한 부대는 지휘관과 병사 개개인이 제몫을 다하고, 그들 모두가 귀중한 전투원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에서 만들어진다. 월남 전시 라드랑(La Drang)전투에서 거의 완벽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전투를 성공으로 이끈 해롤드 무어 장군은 그의 책 We are soldiers still(2008)(우리는 여전히 군인이다)에서 “명분이 없는 전쟁에서 병사들은 서로서로를 위해, 즉 좌우의 전우를 위해 싸운다..... 국기나 대통령이나 어머니나 또는 애플파이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요 컨데 그들은 전우를 위해서 싸우고 죽는 것이다.” (They don't fight for a flag or a president or mom and apple pie. When it comes down to it they fight and die for each other...)라고 말했다. 우리 군대의 지휘관과 장병들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