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간 군생활을 하고 제대한 간부의 한사람으로서 군 사망사건에 대해 한 마리도 말하자면 못믿겠다는 것이다. 하물며 3성 장군출신의 고위간부도 자신의 아들이 군에서 사망하자 지금까지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니 분명 군수사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아니겠는가! 10년쯤 내가 근무했던 모부대에서 초급간부가 나무에 목을 매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문제는 유서를 두장 남겼는데... 한 장은 한 쪽 주머니에 자신의 가족들에게 죽어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으며, 반대쪽 주머니에는 상급자들의 괴롭힘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죽을 수 밖에 없었으며, 죽어서라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하지만 사건은 단 하루 만에 마무리 되었다. 유족들에게 한 장은 숨기고 유족들에게 남긴 유서만을 공개하였으며, 유족은 자신의 아들이 자살했다는 것을 확신하고 부검도 하지 않고 다음날 바로 화장을 한 것이다. 지금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자책감과 분통이 터지겠는가! 결국 다른 한 장의 유서는 영원히 사라지고 죽은 사람만 억울하게 되고 말았다. 죽은자를 말이 없으며, 역시 군에서 죽는 것은 0죽음이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것이다.
2004년에 제대하기 전에 잠시 강원도 인제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신병한명이 갑자기 쓰러져 생명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군병원으로 쫓아갔다. 다른 군병원으로 후송했으나 후송도중에 사망하고 말았다. 부모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조사결과가 설명되어졌다. 몸이 좋지않았던 신병이 그날 바지에 대변을 쌌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교가 씻어주던 중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져 후송도중에 사망했다고... 사건결과를 설명받은 병사의 부모는 그 조교에게 자식의 똥까지 씻어줘서 고맙고 특히,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부대에 대해 고맙다고 했단다. 사단 참모였던 나는 다음날 사단장 주관으로 진행된 대책회의 때야 제대로 된 사건의 진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신병이 저녁에 몸이 좋지 않아 옷에 변을 싸게 되고 냄새가 나자 조교가 목욕탕으로 데리고 가서 호수로 물을 뿌리자 몸상태가 안좋았던 신병은 이리 저리 피하다가 결국 차가운 물에 맞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는 것이다.
시기가 7월중순쯤이었다. 강원도는 다른 지역하고 달리 여름이라도 저녁만 되면 따뜻한 물이 아니면 샤워를 할 수가 없을 정도다. 몸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물이 너무 차가워 도망다니는 신병에게 물을 강제로 뿌리니 어떻게 안 쓰러지겠는가? 이러한 진실을 부모들이 알았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러한 사건이 사회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처리가 되었을까? 물론 고의가 아닌 실수로 발생한 사건이지만 소중한 생명을 잃은 사망사건이다. 부모가 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자식, 평생을 자식을 위해 살아온 부모, 보내기는 싫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보냈는데.. 자식의 사망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었던 부모의 심정을 어떻게 짐작할 수 있을까? 그 부모는 죽을 때까지 자식을 가슴에 묻어두고 고통스럽게 살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진실을 모르는 편이 더 좋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 제대로 된 진실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아직도 당시에 사건의 진실이 기자들에게 알려 질까봐서 겁먹던 부대장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별을 두개나 달고 참모들까지 데리고 가서 해당지역 군수한테 밥까지 얻어먹던 부대장,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고 알고 있는데.. 고해성사는 했는지 궁금하다. 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부모나 국민들에게 고해성사를 해야하지 않을까?
군생활을 할때 군 의문사를 담당하던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망사건들이 직간접적으로 부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살일 경우 정말 ×죽음이다. 고위층 자녀들이 군에 가는 비율이 훨씬 적다고 한다. 결국 이리저리 빠질 놈은 다 빠진다는 것이다. 돈없고 힘없는 일반 국민들은 빼도박도 못하고 끌려가는 것이다. 미군의 경우 어떻게 사망하던 간에 무조건의 국립묘지에 묻힌다고 한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다. 정말 군에 간 것만으로도 애국자다. 군에서는 자살자를 안장시켜주면 자살자가 더 늘어난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
하루 빨리 순직자를 제외한 자들의 사망도 유가족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끔 어느 정도의 예는 갖추어야 할 것이다. 군에서 어떤 사건이든 접근하는 것이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다. 사망사건은 더더욱 심하다. 당시에 어느 정도 접근이 가능했던 보직에 있었던 나에게 조차 사건관련정보가 지휘관에게 모두 보고 된 후, 그것도 공개가 가능한 요약된 한 장짜리 정보만 접근이 가능했다. 이것도 무슨 보안이라고.. 군사기밀도 아니고, 이러한 군의 수사를 어떻게 믿을 수 있으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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