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요금인하를 놓고 재정경제부와 정보통신부가 옥신각신하고 있다.
물가정책 당국인 재경부는 요금을 내리는게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요금을 조정하는 부처인 정통부는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동전화 번호이동제 도입과 함께 이통사업자들이 앞다퉈 할인요금제를 내놓게 되면, 정작 인하해야 할 기본요금과 통화요금은 내리기 힘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통부는 그동안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통사들에게 약정할인제를 지난해 12월 허용해주는 한편 통화료를 고액으로 내는 가입자에게 유리하도록 해놓은 무제한 정액요금제에 대해서도 ‘사업자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외면해왔던 것이다.
이통사들은 또 어떠한가. 지난해 9월 무렵, 시민단체들이 월 2000원을 부과하는 발신번호표시서비스(CID) 요금을 무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통사들은 “수익도 없고 투자할 곳도 많아 요금인하 여력이 없다”고 버텼다. 그러다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CID요금 50% 인하’ 카드를 내밀며 무료화 요구를 무마시켰다.
더욱 가관인 것은 올 1월 1일부터 이동전화 번호이동제가 시행되자, 월 2000원인 CID요금인하도 어렵다고 엄살을 부리던 이통사들이 불과 몇 달새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감소가 예상되는 약정할인제니 무제한 정액요금제니 하는 것을 척척 내놨다. 게다가 무제한 정액요금제는 월 10만원선 이상의 통화요금을 내는 고객만 가입할 수 있는 할인요금상품이다.
SK텔레콤의 경우, CID요금을 50% 인하하면 연간 2000억원의 매출감소가 예상된다. 반면 약정할인제는 연간 4500억원의 매출감소가 예상될 정도로 파격적인 할인제다.
그런 이통사들이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한가지 입장이 바로 ‘요금인하 불가’인 것이다.
정통부는 이같은 사업자들의 입장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탓인지 “업체들이 각종 할인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요금인하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상반기내 요금인하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반면 재경부 입장은 다르다. 소비자물가지수 가운데 이동통신 요금은 통계집계 품목 다섯번째이고, 이는 도시가스나 전기료, 사립대 학비보다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통사들은 한해 수천억원씩 흑자를 내고 있고, 투자비보다 마케팅비용을 더많이 지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인하를 못할게 뭐있냐는 얘기다.
분명히 짚고넘어갈 것은 할인요금상품과 이동통신 요금인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할인요금은 가입자가 선택하는 것이지만, 요금인하는 가입자 공히 ‘기본료+분당 통화요금’ 인하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요금을 조정하는 부처인 정통부는 상황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사업자들의 입장보다, 3400만명의 가입자 입장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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