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KT 직원입니다. 최근 불거진 KTF의 내부 문건 유출과 관련해 모회사 KT도 결코 자유롭지 않으며, 오히려 모회사로서 불법에 가까운 로비의 노하우를 전수해 온 이력에 대해 고발코자 합니다.
특히 지난 2002년 민영화로 인해 형식상 정부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제가 다니는 KT는 정보통신부와 그 밖의 관료들의 더러운 입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회사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주요 원인이 외부에만 있다고 할 수 없는 점이 제가 여지껏 외부 고발을 망설이게 했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 회사안에서는 이렇게 위태로운 지배구조때문에 적극적으로 외부 세력을 등에 엎고 자신의 영달을 추구하려는 임원들이 있어왔으며, 현재도 존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저런 점들을 고려하면 오히려 KTF 문건 유출 파동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구태를 벗어나 새로운 IT 선진국의 모델을 꿈꾸는 대한민국 제1의 통신사 KT 직원으로서 제 고백을 마지막으로 한결 더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가 실현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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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중수 사장이 지난해 8월 자회사 KTF에서 현 KT 사장으로 부임한 이래 가장 고민에 빠졌던 것은 통신업계에 종사하는 웬만한 사람들은 잘 아는 속칭 PCS 재판매 금지법안이었습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정보통신위 소속 김낙순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민영화 이래 유선 시장 감소로 매출 구조가 열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재무제표에 커다란 도움을 줬던 분야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자회사인 KTF의 이동통신 고객을 3만8천명에 이르는 KT직원이 대신 판매해주고 그 수수료를 남기는 사업입니다. 그러다보니 KTF의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텔레콤으로부터 견제를 많이 당했고, 회사 내부에서도 강압적인 영업정책(과도한 할당판매)때문에 직원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던 사업입니다.
이 법이 국회에 제출되자 회사 내부에서는 이 법의 통과저지를 위해 대외분야 임직원들은 물론이고 홍보실부터 남중수 사장에 이르기까지 유관부서 임직원들이 총체적인 방어에 들어갔습니다.
자세한 경과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이 법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법률심사소위 소속 국회 의원들이 몇몇 문제점을 들어 계류 조치 시켰습니다. 회사가 승리한 셈입니다. 여기까지는 저도 엄연한 KT 직원으로서 경영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뻔한 법이 실패했기 때문에 같은 부서 직원들과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러운 음모를 알게 되기 까지는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국회 결정이 있기 직전 있었던 임원 인사에서 법안 통과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의원에게 인사 청탁을 받았고, 이를 대폭 수용했다는 소문이 회사에 퍼졌던 것입니다.
설마했기에 소문의 진위를 확인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소문의 핵심인 전무 승진자 명단에서 내부 직원으로서 쉽게 수긍할 수 없었던 부분이 포착된 것입니다. 승진 직전 상무로서 임원 인사에서 퇴출될 것으로 예상됐던 사관학교 출신 수도권 영업본부장이 고등학교 선배인 현직 국회 의원의 힘을 얻어 오히려 전무로 승진한 것입니다.
문제의 그 국회 의원은 과거 정부 부처 출신으로 KT뿐만 아니라 다른 통신회사에까지 이런 의 영향력을 미쳤으며, 깨끗하지 못한 금전관계로 악명이 자자한 사람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업계 기자들 사이에서는 그 국회 의원 방에서 통신회사 인사철마다 인사청탁을 부탁한 명단이 A4용지로 몇장씩 있었고, 이 문제의 국회 의원 청탁을 들어주느냐 안 들어주느냐를 두고 통신 회사에 유리 내지 불리한 법안들이 영향을 받는 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통탄할 노릇입니다. 아무리 회사에 중요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4만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직장인의 꿈인 승진을 두고 한평생 내지 몇년을 보내오는데, 그 더러운 청탁을 다 받아주면서 내부 직원들의 꿈을 앗아가는 회사가 무슨 비전이 있고 미래가 있겠습니까.
정치인들이 이런 식의 영향력을 행사하는게 어디 우리 회사뿐이냐며 자조하는 직원들도 있고 저도 과거에 그래왔습니다만 이제 더 이상 물러서면 안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 더러운 청탁을 한 정치인부터 엄벌해 주시고, 또 그 청탁을 물리치지 못한 저희 회사 사장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 통신 100년의 역사를 창조해온 저희 회사가 새롭게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사정당국에 계신 여러 책임있는 분들은 제발 눈감지 마시고 철저하게 더러운 거래와의 악순환을 끊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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