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시 왜 그렇게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까?
“건물이 무너졌으니 그렇겠지!?” 이렇게 말들을 하지요!
삼풍백화점의 대참사에 대하여 지금까지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대책들이 나왔으나 그 실효성이 있었는지는 의심이 생깁니다.
제가 보기에는 건축사사무소간의 양극화현상만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그 동안의 결과를 보면 설계 현상이니, 턴키 현상이니, PQ심사니 하면서 실력과 능력과는 관계없이 돈질 잘하고 정치 잘하는 사무소에 일을 몰아주는 역할뿐이 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KBS TV에서 며칠 전 삼풍의 문제점에 대하여 보도하였습니다. 지적된 문제들을 보면 하나같이 똑같은 지적들뿐이며 결국은 돈 때문에 발생한 참사라고 결론짓더군요.
참사 원인들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더군요.
* 사고원인 : 설계, 시공, 감리 유지관리 부실
* 구조계산 및 설계 잘못 : 4, 5층 사이 기둥축소와 상이한 설계
* 슬래브부실 : 철근사이의 유효두께 부족으로 전단파괴 현상초래
* 드롭 패널(받침대) 부실 : 기둥과 슬래브 연결부분 축소 시공
* 옥상 및 5층 과하중 : 최대 허용치의 2배 이상 하중초과
* 잦은 용도 변경 및 변칙시공 : 구조 계산 없이 5층을 식당가로 사용
* 무리한 설계변경 및 잦은 증·개축 : 5층 추가증축, 옥상 놀이동산 등 설치, 냉각탑이 전 등
* 현장감리 미실시 및 허위 감리보고서 작성 : 골조공사 끝날 때까지 9개월간 감리 받 지 않음.
그 동안 건교부에서는 제도적/기술적 원인을 발표, 관련규정과 기준을 개정하였고 사법부에서는 건축주, 설계/감리자 및 시공자를 처벌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게 된 중요한 원인은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건교부에서 건축법을 잘못 개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건축물에서 피난 출구의 부족 때문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안전사고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평상시에도 다수의 사람이 모여 유동하는 경우에는 군집사고가 발생합니다. 비상 시 부족한 출구에 사람이 몰리게 되면 병목현상으로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위급 시 피난 출구에 몰리는 사람들이 재빨리 대피하려고하고, 또 뒤에서는 피난하려는 사람이 밀치기 때문에 대피하기 위한 출구에는 병목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부족한 출구로 대피할 수 있는 인원은 제한될 수뿐이 없습니다.
일반인들의 인식으로서는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이 밀리면 환경의 제약을 받게 되고 적절한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를 집합 panic라고 합니다. 건축물에서는 이와 같은 집합 panic을 막기 위하여 피난 출구나 피난 계단 등 피난 시설의 용량을 충분하게 하여야하고 비상 시 사람이 과도하게 체류하지 않고 적당하게 분산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합니다. 즉 군집피난(Crowd Evacuation)이 가능토록 기준 되어야합니다.
그러나 잘 되어있던 규정을 대단히 중요한 기준을 어느 날 갑자기 삭제한 것입니다.
이 규정이 삭제된 후 삼풍백화점이 설계/공사되었기 때문에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는 불특정다수인이 모이는 장소이기 때문에 피난로에 대한 규정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건축법에서 대단히 엄격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을 당시 한겨레신문(1995/06/30기사)을 보면 붕괴되기 5분 전에 외부로 대피하라는 비상안내방송이 있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건물 붕괴 위험을 직접적으로 느낀 것은 전면 붕괴 5분전인 5시55분께 이었다. 건물이 5층 왼쪽부터 아래로 기울기 시작했고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도 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안내방송을 통해 “위험하니 대피하라” 는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도 이때였다.
일부 고객과 직원들이 매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한 5분 뒤 `꽝'하는 소리 와 함께 백화점 건물이 5층부터 차례로 무너지며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아직 수백명이 백화점 안에 남아 있을 때였다.]
[무너진 삼풍백화점 5층 식당가에 근무하던 박미화(21·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당시 상황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오후 5시58분께 우당탕 소리가 들려 순간적으로 `사고구나'라는 생각 이 들어 부리나케 엘리베이터로 뛰어갔습니다.”
당시 주변에 60여명의 직원들이 있었다고 말하는 박씨는 “그러나 엘리베이터를 탄 직원은 10여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박씨가 사고를 당한 순간은 자신과 동료 10여명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1층 로비에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막 내리는 순간 `획'하는 바람소리에 이어 `꽝'소리가 나면서 건물이 무너졌습니다. 몸이 공중으로 붕 뜬다는 느낌 속에서 정신을 잃었습니다.”
박씨는 “같이 나온 10여명은 어떻게 됐느냐”는 질문에 “정신을 차려 보니 옆에 같이 내려오던 사람 두 명이 죽어있었고, 나머지 몇 명만 부상당한 채 살아있었다”고 말했다.]
이상의 보도내용만을 보더라도 ‘위험하니 대피하라!’는 방송이 5분 전에 있었고 엘리베이터 주변에 60여명의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는 것은 분명한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너진 건축물의 피난계단은 4군데가 있었는데 병목현상으로 대피하지 못하고 여기에 몰려 있었던 사람이 줄잡아 한 개 층에 240명, 매장이 6개 층이었다면 약 1400여명이나 대피하지 못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망자가 500여명 부상자가 900여명이나 되었던 것입니다.
이상의 보도를 이론적으로 검토하면 다음과 같이 증명됩니다.
가. 소요 대피시간
붕괴사고가 난 1개동의 건축면적 : 약3,744㎡
1개동의 계단 수 : 4개소
대피권장시간 : 2 = 122초
즉 약 [2분 안에 전원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간 후 5분이 지났는데도 대피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 계단의 폭과 방화문의 폭을 이론적으로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설계도서를 구하지 못하여 정확한 치수를 알 수가 없어 일반적인 백화점의 계단 폭과 방화문의 폭을 적용 검토)
1개층에 수용인원 : 3,744㎡X0.75인/㎡=2,800명
필요유동인원 : 2,800인/122초 = 22.9인/sec
백화점계단유동계수 : 1.33인/m.sec
방화문의 유동계수 : 1.5인/m.sec
계단폭 : 22.9/1.33인/m.sec = 12.9m
계단 1개소의 폭 : 12.9/4 = 3.2m
그러나 계단 폭은 왕복 1.8m뿐이 되지 않으므로 겨우 50%뿐이 되지를 않았을 것입니다.
방화문의 폭 : 22.9/1.5/m.sec = 15.3m
방화문 1개소의 폭 15.3m/4개소 = 3.82m
그러나 방화문은 1.2m(추정)로 되므로 62%가 모자라는 상태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관련법이 삭제되지 않았더라면 삼풍백화점에서는 2분 안에 전부 대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 일본 건축법을 적용 검토하면(과거 우리는 일본법과 동일했었음)
계단 폭 : 3,744㎡x5개층x0.06m/100=11.2m 혹은 3,744㎡x0.3m/100=11.2m
계단 1개소의 폭 : 11.2m/4=2.8m 따라서 필요 폭이 1m 나 부족한 상태입니다.
방화문 폭 : 3,744㎡X0.27m/100=13.8m
방화문 1개소의 폭 13.8m/4=1.73m
따라서 방화문도 대단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라. 미국 건축법은 1인당 대피하기 위한 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검토하면 더욱 모자라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이상과 같이 이론적으로나 외국의 건축법을 적용 검토해보면 비상계단의 폭이나 방화문의 폭이 부족해서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 확실하게 증명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건축법에는 이러한 규정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1982년도에 갑자기 누락된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지금도 백화점의 비상계단의 폭과 방화문의 폭에 대한 기준이 잘 되어 있는 상태이며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이러한 기준의 적법성여부를 가장 기본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법을 1882년 전문개정(대통령령 10882호)을 대폭적으로 하면서 갑자기 누락시킨 것이다.
이 규정이 누락된 후 삼풍백화점이 설계, 건축인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피난로가 당연히 부족했고 그래서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건교부는 이론도 없고 근거도 없이 이런 규정을 누락시킨 것이 대단히 큰 과실입니다.
지금 지어지고 분양되는 대형 상가들은 대단히 위험한 상태에 있습니다.
관심이 없는 건축사들에게 비상계단과 방화문에 관하여 질문을 하면 그들의 답변이 가관입니다. 계단은 30 또는 50미터 보행거리, 방화문은 한쪽 혹은 두쪽, 한쪽이 부족하고 두쪽이 많다 싶으면 한쪽반을 한다고 답합니다.
법이 얼마나 엉성했으면 건축사들이 이렇게 알고 있겠습니까?
건축물은 안전을 위하여 근본적으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더더욱 중요한 것은 재해가 발생 했을 때 2차적으로 안전을 고려하는 설계가 세계적으로 공통된 원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화구획을 하거나 불연재를 써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건축법에 정해져 있지만 화재가 발생할 것을 가정하고 소화설비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대피를 할 수 있도록 대피로에 대한 규정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건축법에 대피로에 대한 기준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는 국책사업으로서 발주된 아주 중요한 건축물을 설계지침서에 “우리나라의 기준이 없는 경우 외국의 기준에 맞도록 설계하라”고까지 만들어 계약을 하고는 외국의 기준에 전혀 맞지 않게 설계/공사되고 있어도 건교부에서 준공검사를 하면서도 아애 검토도 하지 않고 준공처리를 하여주고 있습니다.
민방위훈련까지 해야 하는 나라에서 말도 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안전 불감증에 걸려있는지 예를 한 가지 더 들어 보겠습니다.
건교부의 고시내용 중
방화구획을 방화셔터로 처리하는 경우 셔터에 달린 쪽문 설치를 방화문으로 대용할 수 있는 고시를 하였습니다.
이 문제도 수년 동안 건설교통부에 여러 사람이 많은 질문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확실한 답변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와서 안전을 무시하는 규정을 고시했습니다.
[2005년7월25일 방화셔터에 쪽문이 달린 일체형을 인정하는 자동방화셔터 및 방화문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고시한 것이다.]
"일체형 셔터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별도의 방화문을 설치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설치할 수 있으며, 일체형 셔터의 출입구는 다음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
1.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비상구유도등 또는 비상구유도표지를 하여야 한다.
2. 출입구 부분은 셔터의 다른 부분과 색상을 달리하여 쉽게 구분되도록 하여야 한다.
3. 출입구의 유효너비는 0.9미터 이상, 유효높이는 2미터 이상이어야 한다.
방화문의 대피를 위한 폭의 기준이 선진국에서는 다 규정되어 있는데 우리는 이런 규정 자체가 없고 방화문 한 짝 자체의 최소크기만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건교부의 안전불감증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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