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성 정치를 면치 못한 우리 역사에는 늘 공작정치가 있었다. 6.25 사변으로 부산까지 밀려 내려간 상황에서도 이승만 정권은 걸핏하면 경찰이나 헌병을 동원해서 국회를 장악하고 정적을 공산당으로 몰아 수감시키기 일쑤였다. 4.19 이 태전에 간첩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죽산 조봉암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 자유당 정권의 2인자 이기붕은 최대의 정적 장면 박사 죽이기에 목숨을 걸었고 실패하자 3.15 부정선거를 저질러 비참한 종말을 맞았다. 그 후로도 공작정치는 끊임없이 있어 왔지만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를 수감시키고 시도 때도 없이 사면복권, 합당 카드를 내밀어 와해공작을 펴온 이명박 정권 같이 추잡한 인질극을 벌인 정권은 없었다.

선거법 위반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누가 봐도 서 전 대표 수감은 정치보복이었고 인질극에 의한 미래연대 와해 공작은 집요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박을 무참히 공천 학살 했을 때 분을 참지 못한 일부는 당을 뛰쳐나가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일부는 친박 연대를 결성, 총선에 임했다.

그 과정에서 친박 연대를 이끈 서 전 대표는 선관위에 질문을 해가며 선거자금을 유치의 절차를 밟았고 14%에 달하는 지지율로 득표, 보란 듯이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같은 사안으로 기소된 문국현이나 뇌물수수가 확연히 드러난 공성진 의원 같은 경우, 불구속 수사 끝에 집행유예를 받거나 두어 번의 검찰 조사를 끝으로 시간을 끌기만 하는 것과 달리 서 전 대표의 경우는 용서가 없었다.

그래서 이명박의 도곡동 땅투기 혐의를 폭로한데 대한 보복이라는 설도 있었고 친박 죽이기를 방해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설도 난무한 가운데 심장병으로 인해 언제 돌연사를 당할지 모르는 서 전 대표는 끝내 수감됐다. 그 후로 재 보궐 선거가 있을 때마다 서청원 전 대표의 사면복권 카드는 박 전 대표를 유세장에 끌어내기 위한 도구로 쓰였고 중진인 홍준표 의원까지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환자 서청원의 사면복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본인의 결심도 굳었었다.

그러나 두어 번에 걸친 일시 형집행정지에 이은 병원치료는 서 전 대표의 심신을 약하게 만들기에 성공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쌓여가는 악재에 선거 패배가 눈앞에 보이던 친이는 궁여지책으로 친박연대 와해공작을 펼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김무성이나 김덕룡 류의 김영삼 수하들이 드나들며 공작을 벌인 끝에 서청원의 신념은 무너져 내렸다. 이상이 간단한 미래희망연대 결성에서부터 와해까지의 간추린 경과다.

미래희망연대에 대한 끈질기고도 야비한 공작이 서청원 전 대표의 합당선언으로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애초부터 친박연대와 동지 의식이 있던 것도 아니고 합당을 원한 것도 아니었지만 일단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남과 충청권을 잠식할 것이 분명했던 미래연대를 흡수 통합했으니 쾌재를 부를 만도 하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속에는 적개심만 끓어오를 뿐이다.

일각에서는 미래연대가 통합되었으니 박근혜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지원을 하리라는 야무진 꿈을 내비치는 이들도 있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미 불개입을 선언한 터고 추잡한 공작에 속아 넘어간 이들 때문에 지원에 나설 박 전 대표도 더욱 아니다.

이번에 합당에 동의한 노철래 의원이나 전지명 대변인도 한나라당에 입당해서 입지를 굳히리라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 친박 연대 결성으로 어부지리 정치인이 된 몇 사람으로 인해 친박의 세가 부풀려질 가망성도, 친박이 달가워 할 리도 없다.

서청원 전 대표의 목숨을 담보로 한 인질극 때문에 합당에 합의는 했지만 그들이 뿌리부터 한나라당도 아니고 한나라당에 공헌한 것도 전무한 터라 합당과 동시에 미래연대 출신의 의원 당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게 상식적인 견지다. 이미 의원직을 상실한 중환자 서 전 대표가 제 목소릴 낼 가능성도 없고 그저 절개가 꺾인 한낱 중환자 노인으로 병 치료나 하다가 정치생명을 마감할 것이 뻔하다.

인질극으로 성공한 정권도 얻은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사면복권도 인심을 얻으려면 때가 있는 법이다. 애초의 잘못은 말 할 것도 없이 공천 칼질이지만 그 많은 친박이 살아왔을 때 민심을 알아봤어야 한다. 두 번 채로는 아무리 괘씸한 마음이 앞서 수감을 시켰어도 그의 지병을 안 이상 형 집행정지를 시켰어야 했다. 파렴치범이나 음주 운전자들에게는 사면복권을 남발하면서도 서청원 전 대표에 관해서는 변죽만 울리며 사면복권 합당설을 그 동안 너무 자주 흔들어 댔던 것도 이명박 정권의 실책이다.

그로 인해 국민은 서청원 전 대표가 꼭 수감되어야 할 만큼 큰 죄를 진 것이 아님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그런 중환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는 정권의 무자비함까지 알아챈 결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공작에 성공한 친이나 권력에 무릎을 꿇은 미래연대나 국민의 눈 밖에 나긴 마찬가지다.

호랑이 문병 갔다가 밥이 된 토끼 꼴이 될게 분명한 미래연대 지도부의 어리석음도 한심하지만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야비한 공작도 서슴지 않은 친이, 그리고 아직도 노욕을 버리지 못해 불의한 무리의 후견인 노릇을 마다 않는 김영삼에 대한 분노가 속을 끓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나라당을 살려 놓고도 경선에 진 멍에를 벗지 못해 공천에서 학살당한 친박의 그 쓰라린 기억을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망각하고 호랑이 잡는다는 구실로 자진해서 찾아들어가는 그 어리석은 인간들에 대한 연민이 더 앞선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추잡한 정치공작, 인질극이나 벌이는 협박과 회유의 달인들인 친이야 원래 척결 대상이지만 그런 3류 정치인들의 공작에 넘어가 절개를 꺾고 권력에 굴종한 미래연대 군상의 앞날도 볼 것은 전혀 없다.

친이, 친박 양쪽으로부터 의붓자식들 같이 사람대접도 못 받고 번민으로 속을 끓이다가 다음 총선에서 또 무소속 꼬리표나 달고 선거판을 기웃거릴 미래연대 출신 군상들의 궁상맞은 모습이 떠오를 뿐이다. 어리석고 천박한 인간들~!

 [출처] 조선일보 토론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