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때렸다고 때린 손을 때리지 못해서 원통하다?

다른 데 때리는 비대칭 대응은 생각도 못 하는가

엉뚱한 6월 6일을 현충일로 쐬고 나니 추념식 하나 없이 전쟁영화 몇 편으로 그냥 날 새고 마는 6.25날이다.(하필 이런 6.25날에 5.18 사기극인 ‘화려한 휴가’ 방영하는 케이블 채널도 있더구만)

그런데, 신문에 보니 웃기는 기사가 있더구만.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연평도 포격 때 (북한을) 못 때린 게 천추의 한이 된다”며 “(군통수권자로) 울화통이 터져서 정말 힘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 대통령은 “연평도 사건이 터지자마자 연합사령부 지하벙커에 가서 ‘북한을 타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교전규칙상 타격을 못한다고 하더라”라며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면 이미 교전규칙이 어긴 것인데도 교전규칙 때문에 북한을 타격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언급했다고 복수의 국방위원들이 전했다.』

이거이 갈수록 웃기는 소리구만.

‘교전규칙상 타격을 못한다’? 참으로 웃기지도 않은 소리다.

요따위 소리를 씨부리며 보신출세에만 눈이 먼 연합사령부 작자들이나, 엄연히 국군통수권자이면서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고 멍하니 그냥 놔둔 이명박 또한 똑 같은 인간들이다.

즉, 연평도 포격 때 이명박이 말한 ‘북한을 타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는 립 서비스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천안함 폭침 때 이미 ‘차기도발 시 강력 보복’을 천명한 이상, 교전규칙을 검토해야 했을 것 아닌가 말이다.

결국 천안함 폭침 때 ‘차기도발시 강력 보복’이나 연평도 포격 때 ‘북한을 타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 ‘교전규칙상 타격을 못한다’ 소리는 고매(?)한 군사용어로 자신의 비겁을 가리려는 군 면제자의 립 서비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가장 쉽게 입증하는 것은, 바로 가장 평화적 대응수단인 대북방송을 북괴가 ‘조준사격 하겠다’는 소리에 겁먹고 포기한 데서 나타나는 것이다.

애국네티즌들은 대북방송 스피커에 김정일 사진을 새기는 식으로 그 해결책을 제시하였건만, 보복 못할 유식한 구실에만 골몰하는 리명박에게는 그런 소리가 안 들리는 거라.

또 하나 한심한 것은, 교전규칙이고 뭐고 다 떠나서 보복이라고 해봐야 도발부대의 위치를 찾아서 기껏 해당 도발부대에만 한정하자는 것 아니었나?

그 정도로 적을 배려해주기 위하여 대포병 레이더를 운용하는 등 우리만 어려운 예절 다 지키자는 것 아닌가?

손으로 때렸다고 때린 손만 때리란 법이 있는가?

손으로 때렸는데 때린 손을 못 때릴 것으로 여겨지면 발로 발을 밟아도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해보라. 

상대방의 손으로 맞았다고 상대방의 손이 아니면 때릴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바보 있는지!

손으로 때린 상대방을 발로 차도 되는데, 굳이 가해부위인 손을 때리려고 해봐야 다른 손이나 발로 더 맞는다.

마찬가지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에 있어서, 폭침도발한 잠수정이나 포격도발한 포대만 때려야 한다는 법이 없다.

만일 그런 식이면, 잠수정이나 포대의 위치를 모를 땐 우린 계속 당하기만 해야 하고, 북괴는 도발수단만 은닉하면 아무런 보복을 입지 않는다는 해괴한 족쇄를 우리 스스로에게 채웠단 소리가 된다.

이는 마치 강도의 칼에 가족이 찔려 죽은 것에 대한 보복으로 가해무기인 강도의 칼을 찾아 망치로 때리고는 가해부위인 강도의 손바닥에만 매질 할 뿐, 강도는 그대로 살려두는 것과 같다.

애들끼리 다투는 것만 봐도, 꼬집어 괴롭힌 상대방을 공책으로 머리 때리지 않던가 말이다.

애들이 꼬집은 손가락을 도로 꼬집는 식으로 보복하던가?

손으로 때렸으니 손으로 때리는 식으로 동일한 수단으로 때리는 일은 있어도, 머리 맞았으니 머리 때리는 식으로 맞은 부위에 상응하여 때리는 일은 있어도, 손으로 때렸으니 때린 손을 때리는 식으로 때린 부위를 때리는 보복은 없지 않던가.

노름하는 손 잘랐다고 노름쟁이가 노름 안 하던가.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태에 대응하는 방법은, 평소에 미리 찍어둔 다른 지점을 때려서 북괴 놈들에게도 그만한 피해를 입히고 수선떨게 하여 그들도 방어부담에 겨워서 공격행위를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원산이나 남포 혹은 평양을 때려야지 공격위치가 어딘지 일일이 친절히 가려가며 서너 배의 배려까지 해가며 보복하는 것 자체가 글러먹은 것이다.

이는 스스로를 노예화시킨 매조키즘일 뿐, 교전수칙 따위로는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흐지부지하게 하면서 수사권 타령하는 검찰이나, 반값등록금 시비에 있어 결국 저들에게 물러서는 정부와 집권여당을 보면, 이승만이 아닌 ‘장면 집권시 6.25 같은 사태가 발발’하는 상황처럼 대책 없는 집권세력이다.

이래서 우리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것이다. <끝>

<부 추 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