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구사하지 못했던 안보모드를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비등해진 대북 분노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흥분하다가, 흥분한 김에 안보모드로 밀고나가 버리니까 갑자기 여론의 호응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친 김에 공세적 행보를 구사하는 모양이다.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연평도 포격훈련을 강행하고, 경기도 포천에서 육군과 공군의 최첨단 무기를 총동원한 최대규모의 합동화력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험준한 최전방 동부전선 산악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육군 제21사단 백두산 부대를 방문해 “참으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北이 도발하면 대반격 가해야 한다”, “강력한 군사적 대응뿐 아니라 국민적 단합 매우 중요”라며 장병들을 격려했다.

참으로 보기 좋다.

그래서 얼마동안 그냥 “이명박”이라고만 쓰던 필자도 “대통령”이라는 말을 붙일 정도다.

그런데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다른 논객분의 글을 읽고 분석하는 가운데서 생긴 경험 탓이랄까? 웬지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안보모드가 허상이 아닐까?”하는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왜 그런가.

첫째, 필자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굳이 우리의 대북자세를 “대비” -> “대응” -> “도전” 순으로 적극성의 정도를 나눈다면, 우리의 군사훈련이 지향하는 바가 어디까지나 ‘대비’보다 약간 더 적극적으로 보일 뿐, ‘대응’수준의 반격도 아니요, 더구나 ‘도전’에 의한 ‘흡수통일’ 이미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북괴의 도발에 대하여 ‘대응’ 수준 정도의 반격을 너무나 보여주지 않아서 분노할 지경이 되다보니, 이제는 겨우 ‘대비’ 수준에 불과한 훈련 밖에 안 되는 데도 불구하고 반사적으로 ‘안보에 충실’하다는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사실 통일을 생각한다면 “대응”수준을 넘어 “도전” 수준까지 도달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도, 지금처럼 대통령이 안보분야에서 분주해 보이는 것을 자세히 보면 “대비”수준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아직도 최소한의 도전인 대북방송을 망설이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둘째, 진짜 안보모드에 충실하자면, 동부전선 방문시 말했던 “국민적 단합”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국민단합의 저해요인이요, 미래 안보의식의 파괴를 일삼고 있는 “전교조 문제”를 왜 그대로 방치하는가.

민주ㆍ민노당, 선관위, 민노총, 참여연대, 방송ㆍ포털 등 손대야 할 곳은 많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독재”로 오해받을 소지를 걱정하는 바는 이해하지만, 그러나 가장 기초적인 분야에서 차세대 국민정서의 혼란을 야기하여 안보의식을 무너뜨리려는 “전교조”만큼은 이러한 안보모드 시기에 손대지 않으면 손댈만한 헤게모니를 잡을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안보와 이념에 무관심할 정도로 너무 소극적이었던 것 때문에 지금 기껏 기본적인 현상복귀 수준의 안보태세 밖에 안 되는 행보에도 불구하고 반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누리고 있는 것 아닐까?

그 반사적 고평가에 콩깍지 씌여진 탓인지 전례 없이 친군(親軍)적인 행사에 열중하는데, 정작 내용을 보면 체계적인 알맹이는 없고 이벤트 위주의 과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보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자세는 “결단력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된다.

중국이 “대국에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 “한국 손봐줄 필요 있다”며 우리를 협박ㆍ조롱하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입에선 중국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 “남한 핵무장” 소리 한번 안 나오는 것 보면, 지금의 안보모드는 더더욱 이벤트로 그칠 공산이 우려된다.

정녕 지금 결단력처럼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는 정말 허상이란 말인가?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