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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의회 조례제정… 최고 300만원 떠안겨
원인자 부담금 계산에 농기계 창고평수 포함시켜
포항시가 경북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상수도 원인자 부담금 제도를 졸속으로 시행하면서, 영세한 농어민들에게 상수도 설치비용을 수백만원씩 떠안기고 있어 큰 말썽이 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부당한 제도는 오랫동안 상수도 혜택을 받지 못해 온 농어촌 오지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해당 농어민들은 시가 상수도 혜택을 주는 것처럼 하면서 영세 농어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시책을 펴고 있다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상수도 원인자 부담금 제도는 물 사용량에 비례해 설치비를 부담하는 취지로 제정된 것인데, 농업인들이 보통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 창고의 평수까지 주택 건물 연면적에 포함시켜 원인자부담금을 계산해 상수도 설치비가 수백만원씩 대폭 부과되는 맹점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상수도 혜택을 수십년간 받지 못하고 있던 오지 농어민들이 큰 기대에 부풀어 있었으나, 막상 상수도 설치비용이 최저 112만원에서 심지어 300만원까지 부과되자 심한 충격을 받고 있다.
따라서 턱없이 높은 상수도 설치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농가들은 아예 설치에 엄두가 나지 않아 상수도 공급 혜택을 받지 못할 형편에 처해 있다.
문제는 그동안 포항시가 인근 농어촌 지역에까지 상수도 공급을 거의 다 해왔는데 지난해 경우만 해도 한 가구에 설치비용이 60만원선을 넘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 올해 들어 상수도 공급이 안된 지역인 오지마을에 뒤늦게 설치하면서 일부 농가에 수백만원의 비용을 부과한 것으로 드러나, 영세농가에서는 여러 가지 불이익과 피해를 입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같은 불상사는 당시 원인자부담금 조례안을 제정했던 포항시나 이를 심의했던 시의회가 상수도 혜택을 뒤늦게 받는 농어촌 지역에게 미치는 부작용을 고려치 않고, 조례안을 졸속 처리하는 바람에 영세 농가에 이중삼중으로 피해를 입히는 꼴이 되고 있어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난 이상 영세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 조례의 조속한 개정이 요구된다.
더구나 주민의 의사와 이익을 대변해야 할 시의회가 영세 농가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하기는커녕, 되레 부담을 주고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조례를 승인한 것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상수도 원인자부담금 조례에 따르면 주택용 건물의 경우 연면적에 관계없이 공사비 87만원과 원인자부담금(종전 계량기 시설 분담금)24만원을 합한 112만원을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농가 창고를 보유하고 있을 때는 주택면적과 창고면적을 합산한 전체 연면적에 대해 3.3㎡당 2만원의 원인자부담금을 부담시키도록 명시돼 있어 이같은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가에서 농기계 보관 창고가 여러 개 있다손 치더라도 수돗물을 더 사용할 이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령 99㎡의 창고와 주택을 각각 소유한 농가는 원인자부담금 120만원을 부담하는 꼴이고, 공사비 87만원을 합하면 결국 상수도 설치비가 1가구에 무려 207만원에 이르러 영세 농가에 큰 부담이 주고 있다.
즉 아무리 넓은 주택을 가졌더라도 상수도 설치비는 112만원에 불과하지만, 소규모 창고 하나를 보유할 시는 총 설치비가 200만~300만원선으로 크게 증가되는 것이 바로 원인자부담금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업인 K모씨는 “종전에 상수도 설치비가 60만원에 불과했지만 농가 창고 하나 가졌다고 하여 무려 200~300만원의 설치비용이 들어가서 상수도 설치를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며 “물 사용과 전혀 관계없는 농기구 보관 창고 하나 가졌다고 수도 설치비가 수백만원을 웃도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농민 B모씨는 “포항시가 농민들을 애 먹이려고 작정한 시책이다. 주민 대의기관인 시의회 또한 시와 한 통속이 돼 졸속으로 처리한 것이다”며 “분명히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할 아주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는 시책이 분명하다. 농민들의 고혈을 짜 시 재정에 보태려고 하는 횡포”라고 분개했다.
상수도 원인자부담금제 실시로 인해 가구당 당초 계량기 설치에 부과되던 비용이 읍면지역 4만원,시내 지역 12만원이던 것이 지난해 7월부터 24만원으로 통합처리되면서, 읍면지역은 6배나 인상된 것으로 나타나 이또한 영세 농어민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환경부 지침에 의거해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의 용역 결과를 산출하고 그에 따른 시 조례를 제정해 실시하고 있다”며 “물을 많이 사용하는 곳에서 설치비도 많이 부담하라는 취지로 제정된 것이다. 일부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은 조례개정 등을 통해 점차적으로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의 상수도 재정은 지난해 28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고 누수율은 25.%를 차지해,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상수도 설치비를 인상할 것이 아니라 누수율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상수도원인자부담금제는 경북에서 포항시가 유일하게 실시하고 있는 졸속 시책으로 꼽히고 있다.
최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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