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정책제안 > 오세훈 시장의 실패작

▲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선 지난 9일, 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세종대왕 동상 앞에 몰려있다./오종찬 기자 [email protected]

두 달 만에 방문객 400만명… '환호 반 비판 반'
"차 피해 광장 출입 너무 불편…
조형물 많아 조잡한 느낌도"
"임금인 세종대왕 동상이 충무공보다 낮은 것도 어색"
서울시 "경복궁~북악산 광화문서 한눈에 조망 가능"

광화문광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폭 34m, 길이 557m의 광화문광장이 개장 50일 만에 방문객 300만명을 돌파하자 서울시 간부들은 '대박'이라며 고무된 표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만든 '청계천'에 비견할 만한 오 시장의 대표적 업적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실제로 불과 두어 달 전만 해도 밤만 되면 인적이 끊긴 채 차량들만 달리던 광화문에 요즘 하루 수만명의 시민들이 찾아 도심 속 여유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관심이 많은 만큼 논란도 많다. "그 좋던 은행나무를 다 뽑아버려 너무 삭막해졌다"는 비판에서부터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혹평까지 등장했다. 최근 들어선 세종대왕 동상이 기존 이순신 장군 동상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광장 주변에 나무를 심으면 어떤가

광화문광장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예전에 도로 한가운데 있던 무성한 은행나무들을 떠올린다. "나무 한 그루 없는 광장이 어디 있느냐" "너무 삭막해 정이 안 간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광화문광장 개장 초기인 지난 8월 초 서울시는 한여름 복더위 속에 한바탕 부산을 떨어야 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광장으로 이어지는 비탈길 '해치광장' 주변에 파라솔 형태의 그늘막을 서둘러 설치하기 위해서였다. 개장 일주일 만에 100만명이 다녀갈 만큼 시민의 발길은 폭발적으로 몰리는데, 정작 광장을 찾은 사람들이 여름철 땡볕을 피할 만한 그늘 하나 없다는 지적에 따러서 황급히 들여놓은 것이다.

무더위를 피하도록 서울시가 급히 설치한 버섯 모양의 파라솔은 그늘 역할을 하기는커녕 짜증만 더했다.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는 "나무 한 그루 없는 광장이 너무 삭막하고, 해변도 아닌데 동그랑땡 모양의 파라솔을 갖다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나무를 심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서울시는 "광장에 나무 심는 문제를 놓고 오래 고민했지만 세종로에서 북악산까지 곧바로 연결되는 조망축을 확보하려면 나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에 관련해 "광장은 원래 텅 비어야 제격" "나무를 심어 정겨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찬반 논란이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 도로 가운데 광장을 만들었나

세계 유수의 광장은 대개 보도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곳에 들어서 있다. 자동차가 몰려드는 도심의 왕복 10차로 도로 한가운데 들어선 광화문광장에 대해 "거대한 도로 중앙분리대"라는 조소가 쏟아지는 이유다. 또 광장이 도로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광장에 가려면 달리는 차량을 피해 도로를 건너야 하는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광장 개방 다음날인 지난 8월 2일 택시가 광장 안으로 돌진하는 아찔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충기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도로를 잘라서 중간에 섬처럼 광장을 만들어 놓으니 보행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면서 "차라리 한쪽에 붙여뒀으면 주변 차량 속도도 떨어지고 다니기도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시대 역사 복원과 관련, 건축가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는 "육조거리 터를 고려하거나 안전성을 고려하거나 광화문광장은 마땅히 세종문화회관 앞에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중앙광장이 '시민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한다. 2006년 10월 서울시가 광장 조성 장소에 대해 ▲세종로 중앙 ▲세종문화회관 앞 ▲세종로 양쪽 인도 확장 등 세 가지 안을 놓고 시민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5579명 중 절반에 가까운 2660명이 "중앙광장이 좋다"고 답변했다는 설명이다. '역사 조망축 회복'도 서울시가 중앙광장 조성의 대의(大義)로 내세우는 명분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장이 도로 중앙에 있어야 광화문 복원 공사가 끝났을 때 광화문~경복궁~북악산으로 이어지는 역사적인 조망을 일직선으로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장 인근 도로를 모두 광장에 포함시켜 명실공히 광장다운 광장을 만들 수 있지 않으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광장 양편 도로는 아스팔트 대신 화강암으로 덮어 언제라도 광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주말에 광장 양쪽 도로를 모두 막아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거나 궁극적으로 세종문화회관 앞 전체를 광장으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광화문광장이 들어서면서 왕복 16차로가 10차로로 줄어들었지만 통행량도 자연스레 줄어 교통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너무 높지 않나

지난 9일 세종대왕 동상이 설치되면서 광화문광장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두 개의 동상이 들어서게 됐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 동상이 높이 17m, 세종대왕 동상이 높이 10.4m에 이르다 보니 "바라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금인 세종대왕 동상이 장군인 충무공 동상보다 낮은 것도 어색하다는 반응도 있다. 고완기 서울문화사학회 교육원장은 "세종대왕 동상이 높은 쪽이 더 자연스러웠을 텐데 입상인 이순신 장군 동상이 워낙 높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지금의 형태가 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수정이 쉽지 않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서울시 이용심 도심1축정비팀장은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높이 10.5m의 기단부를 자르자는 말도 있지만 일체형 조각이라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문가들 의견을 구해보니 지금 동상 그대로를 온전한 예술작품으로 봐야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광장 이곳저곳에 육조거리 상징물, 플라워카펫, 해치마당같이 여러 조형물이 흩어져 있는 데 대한 불만도 있다. 게다가 광장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전시회나 임시 조형물이 원칙 없이 설치되었다가 철거되곤 한다.

하지훈 계원디자인예술대 교수는 "광장이란 공간 자체가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좀 비워 놓아야지 너무 조형물이 많아 조잡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두 달 만에 방문객 400만명… '환호 반 비판 반'"차 피해 광장 출입 너무 불편… 조형물 많아 조잡한 느낌도""임금인 세종대왕 동상이 충무공보다 낮은 것도 어색"서울시 "경복궁~북악산 광화문서 한눈에 조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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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피해 광장 출입 너무 불편…
조형물 많아 조잡한 느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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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경복궁~북악산 광화문서 한눈에 조망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