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패스포트를 주웠다. 주민등록증과 카드가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 잃어버린 본인은 얼마나 애가 탈까.
찾아주고 싶은데 정작 연락처가 될 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할수없이 연락처를 알려고 카드사에 전화했지만 휴일이라 상담원 연결이 안 된다.
112에 신고를 했다.
"어떻게 할까요? 경찰을 보내드려요?" 하길래 파출소에 맡길테니 일단 본인한테 연락 좀 해달라고 했더니 "그럼 맡기세요. 그러면 거기서 다 알아서 처리해요." 한다. 내 인적 사항도, 습득물이 뭔지도 묻지 않는다. 어이가 없어 "그럴게요." 하고 동네 파출소로 갔다.
파출소는 불이 꺼지고 문이 잠겨 있었다. 안내문에 따라 긴급 전화를 걸었지만 5초 후에 연결된다는 공지와는 달리 계속 통화중. 그 외 다른 전화번호 모두 다 통화중. 만약 내가 범죄 피해자였으면 어쩔 뻔 했나?
어이가 없어 다시 112에 신고를 했다. 요새 파출소 몇 개 합쳐 지구대로 운영하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전화는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어쨌든 어렵사리 경찰을 보내준다기에 일단 집으로 왔다.
경찰관 2명이 왔는데 대뜸 "돈이예요?" 한다. "아닌데요, 신분증이랑 카든데요." 했더니 "그럼 의미 없어요. 카드야 뭐." 그런다. 아예 가져갈 의향도 없어 보인다. "그래도 본인은 애가 탈 텐데요." 하며 습득물을 건네주니 서둘러 가려고 한다. 한 사람은 그냥 가려고 하고 한 사람은 "그래도 적어는 놔야지" 하면서 내 이름과 연락처를 형식적으로 받아적는다. 태도가 너무 성의가 없어 보여 미심쩍어서 정말 주인 제대로 찾아주는 것 맞냐고, 결과를 내게 연락해 주냐고 했더니 정말 압권인 대답을 했다.
"그럼요, 주인한테 인사 받으셔야죠."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내가 낯뜨거웠다.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경찰 업무를 보시나?
습득물을 신고하고 찾아주는 일은 시민이나 경찰의 기본적인 의무가 아닌가? 이런 보상 기대 심리를 깔고 업무를 보는구나, 그래서 처음에 돈이냐구부터 물은 것 아닌가?
습득물 하나 돌려주려고 전화를 몇 통을 걸고 길거리를 헤맨 나의 어리석음이여.
이제 나는 돈이 안든 지갑을 잃어버리면 찾으리란 기대를 하지 말아야겠다. 사람들이 번거로워서 신고를 꺼린다는 말도 이해가 된다. 시민 의식 이전에, 대한민국 경찰, 선진 운운 하기엔 아직 멀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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