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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유시민 딜레마’

키워주고 싶어도 모두가 미워하니…

김민배 정치부장
입력 : 2007.04.13 22:36

노무현(盧武鉉)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수행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후보 경선에 도전해 성공했고, 2002년 대선에서 최종 승리자가 됐다.

노 대통령은 범 여권의 대선 후보군(群)도 입각시켜 자신처럼 행정경험을 쌓도록 했다. 현재 열린우리당 당적(黨籍)을 가진 인사 중 대선 후보군은 대부분 내각을 경험했다. 정동영(통일부), 김근태(보건복지부), 강금실(법무부), 천정배(〃), 유시민(보건복지부) 등에게 장관직을 맡겨 행정을 익히도록 한 것이다.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한명숙 의원이 대선 후보에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 중 유시민 장관은 아직 대선 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유 장관을 후보군에서 배제한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 유 장관은 대선 도전에 대한 의중을 드러낼까. 현재로선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연금법 부결로 인해 ‘유시민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여야가 표 대결을 통해 한판승부를 벌였던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유 장관에게는 절체절명의 카드였다. 그대로 두면 2047년에 재원이 고갈될 게 뻔한 줄 알면서도 아무도 개혁의 칼을 대지 못한 국민연금법의 개혁은 정치인 ‘유시민’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대통령의 신임만으로 대선 후보에 거론되는 ‘1인 거사(居士)’인 그가 국민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했다는 명분을 쥘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꽝’이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23명) 의원 상당수가 표결에 기권함으로써 노 대통령과 유 장관을 동시에 곤경에 빠뜨리는 묘책(妙策)을 구사한 것이다. 한나라당(127석)과 열린우리당(108석) 등 국회 제1·2당이 모두 국회 본회의에서 안건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의결정족수(149석)에 미달하기 때문에 ‘23’이 단결해 반기를 들면 열린우리당은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인 점을 간파한 것이다.

노 대통령과 유 장관의 정치적 딜레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탈당파 뿐아니라 열린우리당 의원 대다수도 ‘유시민’의 당 복귀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그의 ‘싸가지 없음’이 열린우리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데 일조했다고 보는 과거 동료 의원들은 그가 복귀하면 당을 떠나겠다고 말한다.

열린우리당이 또 다시 2차 핵분열 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 유 장관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 때문에 유 장관을 당에 돌려보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장관으로 있게 할 수도 없는 곤경에 처해 있다. 그가 계속 장관직에 머무를 경우, 향후 드라마틱한 대전투가 벌어질 2007 대선가도에서 ‘유시민’은 완전히 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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