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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골 농협조합장 법인카드 내역 봤더니...
가족 휴가비에 상품권까지 구매... "감사기능 강화해야" 지적
	심규상(djsim) 기자

▲ 한 지역 농협조합장이 지난 2003년 한해 동안 사용한 법인카드 명세서와 청구서.

전국에서 농협조합장 선거가 한창 치러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최근 충남의 한 지역 농협조합장이 지난 2003년 한 해 동안 사용한 법인카드 지출내역이 담긴 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당 조합장이 법인카드를 이용해 가족동반 여름휴가비를 사용하는 등 적법치 않은 지출사례를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조합장은 이 달 중 치러질 조합장 선거에 재출마했다.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쌈짓돈처럼 사용돼온 한 시골 농협조합장의 법인카드 지출내역을 들여다 보았다.

▲월 평균 지출액은 180만원

해당 조합장이 같은 해 법인카드로 사용한 지출 총액은 2000여만원(사용횟수 200회). 월 180만원이 사용된 셈이다. 이 조합의 조합원은 약 2000여명 정도로 관련규정에는 조합장 개인이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판공비 성격의 비용은 별도로 책정돼 있지 않다. 해당 조합장의 연봉은 8000여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농산물 상품권 구입해 선심

또 2003년에는 모두 700만원 상당의 농산물 상품권을 구입했다. 월 평균 액수만도 56만원에 이른다. 이 조합장은 상품권의 사용처와 관련 "상품권을 여러 장 구입해 명절이나 평상시에 우수고객에게 나눠 주는 등 고객관리 및 유치를 위해 사용했다"며 "예산상으로도 신용사업 등을 위해 사용가능한 적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해당농협 관계자는 "당시 사업예산에 반영된 것과 별도로 조합장이 개인적으로 상품권을 구입해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동반 휴가비도 법인카드로

이 조합장은 2003년 8월 11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로 가족동반 여름휴가를 떠났다. 해당 농협에 청구한 카드대금 청구내역에는 같은 기간 사용한 지출내역이 들어있다. 내역을 보면 청주국제공항로얄호텔 부대시설 이용료, 제주 서귀포시 소재 횟집 등 식비, 차량 유류비 등 40여만원이다. 가족동반 여름휴가비용을 고스란히 해당 조합에 청구한 것이다. 이 조합장은 지난 2003년 6월에는 자신의 아들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물품을 구입한 뒤 법인카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사용액 대부분은 밥값

법인카드 지출액의 대부분은 식비다. 한 예로 2003년 12월의 경우 180여만원(18건)이 지출됐다. 이중 120여만원(13건)이 식비다. 나머지는 60여만원은 앞서 언급한 농산물 상품권 구입에 쓰여졌다. 누구에게 식사를 대접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조합장의 법인카드 지출 실태와 관련 "농협 자체 내 감사 기능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농협조합장에게 인사·재정 등 권한이 집중된 데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한집중은 또 전국 조합장 선거에서 비일비재했던 과열·혼탁선거를 부르는 이유가 된다는 것.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조합장을 비상임·명예직, 단임임기제로 바꾸고 임·직원들의 급여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올해 충남지역세선 5·31 지방선거에 앞서 64개 조합이 조합장 선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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