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에 비득불용(非得不用)이란 말이 있다.

이득이 없는 일에 쓸데없이 군사를 일으키지 말라는 말인데 그동안 박근혜의 행보를 표현할

때 언론들이 가끔 인용해 왔다.

오늘은 좀 다른 시각으로 정국을 한번 풀어보자.

느낌과 추측이란 전제하에 쓰지만 지금의 정국이 박근혜에게 다소 답답한 국면으로 전개되어

가는 듯한 찜찜스러움의 요인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려고한다.

그동안 박근혜는 이정권과 크고 작은 마찰이 있을때마다 특유의 간결화법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제압했다. 간결화법이 가진 파괴력을 두고 친박쪽에서는 '오랜 고심의 흔적이 묻어나온 내공'이

라고 평가하지만 당하는 친이쪽은 '타이밍은 잘 맞추어 무임승차'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한다.

정국이 답답하게 꼬여 갈때마다 박근혜가 한마디화법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답답한 갈증을 해소

해 주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흐름들이 이정권의 전략에 따른 정교한 연출이라면 후일 재앙이 될수도

있음이니 이런 관점에서도 한번쯤 짚어보자.

지난 미디어법 통과상황을 한번 복기해보자.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크고 강경하여 협상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반대입장을 견지해 오던 박근혜에게 친이 주류들의 산발적 공격이 계속되었다.

집요하게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였고 박근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극단으로 치닫던 여야공방이 엉뚱한 곳에서 실마리가 풀리는데 보다못한 박근혜가 '절충안'을

제시한것이다. 그다음 미디어법은 일사천리로 강행처리되었다.

야당은 닭쫒던 개처럼 멍때린 상황이 돼버린것이다.

적어도 그때 정국의 중심엔 여당도 야당도 없고 오로지 박근혜만 서 있었다.

박근혜 파워를 실감할수 있는 대목이지만 찬반도 팽팽해 정치적 손실도 만만찮았다.

따져보니 결과적으로 이명박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되었고 이명박은 박근혜를 내세워 미디어법

전쟁에서 승리한 셈이 되어버렸다.

사실 이명박은 그 이전부터 이런 전략을 구사해왔다.

당내 계파를 적절히 이용, 긴장국면을 조성하여 정치적으로 '민감한' 국정을 해결해 왔다.

직 간접적으로 친이파들이 박근혜에게 끝임없이 도발을 해온 이유도 박근혜가 나서지 않을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유도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명박이 야당과의 직접 대결을 피하고,

박근혜와의 갈등을 통해 정치적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세종시도 이런 전략에 재미를 들인 이명박이 의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한게 아닐까 의심스럽다.

세종시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작년 6월경이었다.

처음부터 올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일년플랜으로 준비하고 시작한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게

역시 세종시도 야당보다 박근혜와 대립각을 세우는데 치중해왔고, 또 박근혜가 계속적으로 대응

할수밖에 없게끔 도발을 해왔다.

야당은 뭐라고 아우성을 치든말든 소닭보듯 아예 안중에도 없으면서 박근혜에게는 막말과 망발

수준의 도발을 했다. 전선을 분명히 하여 박근혜가 지금까지의 '간결화법'이 아닌 수차래 강공

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온 것이다.

시궁창싸움을 걸어 박근혜의 이미지에 흠집도 내고, 뒷구멍으로는 실리를 챙기겠다는 전략.

세종시를 놓고 현재까지의 정치적 손익을 냉정히 따져보니 이명박으로선 잃은게 별로 없다.

오히려 4대강, 방송장악 및 미디어법 후속작업등 말썽과 논쟁의 소지가 다분한 민감한 현안들을

쏠쏠하게 챙겨갔다. 견고한 세종시 프레임에 갇혀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박근혜-이명박 대립구도를 만들어 치고 받으며 시선과 관심을 돌린뒤 뒤로는 소리없이 실리를

챙겨가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뒤로 할 일은 다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명박이 '개헌'이란 시한폭탄의 뇌관을 또 건드렸다.

세종시가 정리되기도 전에 대응이 만만찮은 메가톤급 전선을 또 하나 만든 것이다.

현재 박근혜는 세종시 문제만으로도 부담이 큰데, 이정권은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개헌은 야당도 관심을 보이는 부분이고, 박근혜 역시 개헌의 필요성을 밝힌바있다.

다만 개헌의 방향이 대통령 권한축소냐, 4년 중임제냐 중 어느쪽에 방점을 찍느냐인데 어느

쪽도 양보할수 없으니 고도의 전략이 요구되는 큰 승부이다.

이시점에서 왜 이명박은 개헌카드를 전격적으로 들고 나왔을까?

일단 박근혜에게 숨쉴 틈을 주지않고 밀어붙이겠다는 계산이 있다.

세종시에 박근혜를 묶어두고 세종시논쟁의 연장선에다 개헌론까지 불을 지펴서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역시 박근혜와 친박계를 배제하고 지방선거를 치루겠다는 의도도 분명해 보인다.

차제에 친이세력을 당내외에 확실히 심어놓고 향후 대세를 잡겠다는 셈법이 아니겠는가?

일련의 프로그램을 보면 박근혜의 스타일과 성격까지 꿰차고 있는 고도의 전술로 보인다.

이런 추측이 어느정도 사실이라면 숨어서 드러내지 않은 책사가 누구인지 짐작이 가는데

"물이 넘치려고 할 때 제방이 돼주는 것이 내 임무다" 라고 했던 이명박의 멘토.

미디어법의 총괄책임자이자 언론 방송, 그리고 여론만들기에 정통한 책사 최시중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보인다.

박근혜를 '내세워' 정국을 풀어가는 전략은 단순하지만 매우 교묘하다.

안나서면 대립되는 이슈를 터뜨리고 도발을 통해 나서게 만든다.

야당의 존재감을 무력화시켜 견제를 잠재우고, 언론을 통해 쟁점이슈에만 시선을 돌리게 만들고

물밑에서 실리를 챙겨간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만든 문제이니 되면 더 좋고 안되도 박근혜의 이미지에 흠집정도는 낼수

있고, 최악의 경우엔 박근혜를 수용하는 통큰 결단으로 위장할수도 있으니 손해볼게 없다.

그 프로그램에 단계가 있다면 정점은 6월 지방선거이고 최종단계는 박근혜 죽이기일 것이다.

박근혜를 세종시에 가두어 운신을 제약하고 지방선거 공천은 보나마나 친이들의 잔치가 된다.

개헌과 세종시라는 두가지 이슈로 지방선거를 치루면, 야당의 '중간평가'는 반향없는 메아리

가 될 공산이 크다.

박근혜 없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이길수 있는 방법은 이방법밖에 없다.

딱하나 지방선거 변수는 '미래희망연대'였는데 들리는 소문엔 이미 모종의 금제를 가한것 같다.

한나라당과의 합당설이 또 나오고 서청원 사면설까지 돈다.

3월 말까지라는 시한까지 나돈다. 이 때문에 희망연대는 외연확대는 고사하고 6월지방선거를

노리는 선량들의 입당도 보류하고있는 모양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이정권의 약속을 믿는단 말인가?

장담하건데 서청원 사면은 절대 없고, 합당 유혹도 시간끌기용이다.

지난 공천때 그 수법에 속아서 만든 당이었는데 그걸 또 믿으란 말인가?

만약 한나라당의 전략에 넘어가 희망연대가 6월 지방선거를 포기하면 한나라당의 견제세력은

야당 밖에 없어진다. 지팡이만 꽂아도 당선되는 텃밭이 늘어나니 공천에서 친박구경은 눈씻고

찾아봐야 손가락에 꼽을 정도가 될것이다.

그나마 희망연대가 외곽에서 강력한 견제라도 해야만, 한나라당 공천도 그리고 결과도 어느

정도 균형이 가능하다는 걸 알아야한다. 다시 말하지만 희망연대가 사면과 합당이라는 유혹에

또 넘어가면 한나라당내 친박도 죽고 희망연대도 죽는길이다.

당연히 박근혜도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 

친박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세종시, 지방선거, 개헌론

이정권은 시기와 강약을 조절해가며 계획대로 프로그램을 착착 진행중이다. 

박근혜죽이기란 프로그램은 이미 오래전에 가동되어 왔고 지금은 고립화단계에 들어섰다고

봐야한다. 지방선거에서 친이세상을 열어주면 세종시도 개헌도 승산없는 외로운 싸움이 될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 선택은 두가지 밖에 없다.

완전 전면전이냐 ,아니면 미디어법처럼 또 타협이냐 !!

어중간한 중간지대는 없어 보인다.

친박과 희망연대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당당하게 나가시라.

지금은 위기상황이다.

비득불용(非得不用)이 아니라 필용(必用)의 결단이 필요하다.

2010. 03. 03 풍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