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조조도 망했거늘...

민심이 흉흉할 때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민심이 가라앉는 법입니다. 즉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술수에 능했던 조조는 희생양의 법칙에도 통달했던 모양입니다.

조조가 중원 원정에 나섰을 때의 일입니다. 중원전투는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어서 싸움은 언제 끝날지 몰랐고 군량미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보급품이 도착하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조조는 병참 참모를 불러 식량배급을 대폭 줄이라고 명령을 합니다. 그러자 병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고, 자칫 폭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래서는 큰일이 나겠다고 생각한 조조는 병참 참모를 불러 그에게 군량미를 빼돌렸다는 누명을 씌어 그의 목을 자릅니다. 그의 목이 효시되자 병사들의 불만도 사라진 것입니다. 조조는 죄 없이 목이 잘린 병참 참모의 가족을 보살펴 주는 인간적인 면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 점이 조조의 매력이라면 매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명박이 중원 정복을 위하여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와 그토록 약속에 약속을 거듭한 세종시 원안을 폐기하려고 했지만, 박근혜의 원안 고수에 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민심만 흉흉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제 누군가가 희생양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누구를 조조의 군량미를 빼돌린 병참 참모로 만들어야 할지 난감한 것입니다. 정몽준이도 내세워보고, 정운찬이도 내세워 보고, 내노라고 하는 친이들 다 내세워서 별난 뽀족한 묘수나 술수를 다 부려 봐도 다 무소용입니다. 한계인게지요.

그래서 치룬 것이 의원총회인데, 그것마저 진흙 밭 미친 개싸움만 되고 말았습니다. 이쯤 되면 천하의 조조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 보이거늘 이명박은 역시 아닌 가 봅니다. 상왕 이상득이 말한 독ㅇ이 맞기는 맞는 모양입니다.

하다하다 안되니까 이제 중진 협의체인가 뭔가를 만들어서, 친이, 친박, 중도, 각각 2명씩 도합 여섯 명을 내세워 뭔가 돌파구를 찾으려고 합니다만 이건 시간 끌기에 다름 아닙니다. 니 죽고 내 살자는 식으로 치고 박고 하다가 슬쩍 한쪽에 전선을 만들어 놓고 또 다른 전선인 헌법 개정이라는 진흙 밭을 일구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세종시의 목을 매달고, 헌법마저 목을 매달아 놓고 4대강(사실은 대운하) 사업에 대한 폭동을 잠재우고자 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조조를 뺨치고도 남을 만합니다. 자기의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국민과 수없이 약속한 세종시의 목을 치고, 헌법마저 목을 치려고 하는 그 발상 말입니다. 사실 지금도 4대강 사업은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지요. 아마...? 국민 70%가 반대를 하는데도 전혀 막힘없이 말입니다.

하지만 천하의 조조도 망했습니다. 조조가 망하고 수장되었던 그 강이 무슨 강이더라...? 무슨 강이라고 하던데...? 그래도 조조는 병참 참모의 가족을 보살펴 준 매력이라도 있었다지만 이명박에게는 그런 인간적인 매력인들 찾아 볼 수 있기나 할런지...

만리장성을 쌓고 불로초를 구하여 영원히 살고자 했던 진시황도 죽고 진나라도 망했습니다. 천하의 영웅호걸도 끝내는 한 줌의 흙일 뿐입니다. 결국 은 한 평의 땅이면 족할 고기 덩어리일 뿐이라는 말입니다.

우리의 육신은 한 평의 땅이나마 소용할지 몰라도 우리의 영혼은 그 마저도 불필요한 것입니다. 어리석은 원숭이가 물속의 달을 건지기 위하여 발광을 하는 것과 뭣이 다르겠습니까?


2010.03.06.염화당 중홍.http://cafe.daum.net/parkgunh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