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같이 기른 닭을 모두 땅에 묻는데 차마 눈뜨고 못보겠고 정말 참담합니다."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지역의 가금류 살처분 대상이 발생농장 반경 3㎞로 확대돼 추가 매몰작업이 진행된 16일 오후 평택시 포승읍 일대.
살처분이 진행 중인 포승읍 석정리에서 토종닭 4만4천마리를 사육하는 정봉수(61) 씨는 "닭값과 사료비, 기름값 등을 합해 2억4천만원이 넘게 들었는데 자식같이 기른 닭을 땅에 묻어야 한다니"라며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정 씨는 "병이 온 것도 아닌데 출하를 못해 답답했는데 오늘 새벽에 살처분한다며 찾아온 공무원과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며 "우선 예방차원에서 매몰하고 대책을 세우자는데 우리들은 죽느냐 사느냐가 달렸고 이번 일로 피해만 2억여원에 달할 것"이라며 갑갑한 심정을 밝혔다.
포승읍 도곡리 농장에서 사육하는 종계 3만3천마리와 달걀 2만여개가 땅에 묻히는 것을 지켜본 이윤익(50) 씨는 "AI 발생했다는 얘기를 듣고 2~3일간 잠도 못잤다"며 "우리 닭은 미국에서 들여와 돈이 더 들었고 이제 한창 알을 낳고 있는데 눈 앞에서 땅에 묻는 것을 보니 오죽하겠냐"며 비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경기도와 평택시 AI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5시부터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포승읍 석정리 발생농장 반경 500ｍ~3㎞ `위험지역'에 있는 7개 농장의 오리와 닭 26만3천여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을 벌였다.
매몰 작업에는 농장별로 시청 공무원과 축협직원 등 40~50명이 굴착기 1대와 운반차량 1대 등을 동원, 가금류와 달걀들을 땅에 묻었으나 출하를 앞둔 큰 닭들이 많고 숙련된 인부가 많지 않아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이번 발생농장 일대 방역대인 `위험지역(발생농장 반경 500ｍ~3㎞) 밖에 있어 가금류와 달걀의 반출이 가능한 10㎞ 이내 농장들도 판로가 막혀 `직격탄'을 맞았다.
안중읍에서 닭 7천마리를 기르는 이길우(45) 씨는 "어제 평택에서 AI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듣고 거래처에서 납품받기 어렵다고 연락이 왔다"며 "살처분 대상 농장은 보상이라도 받지만 판로가 막힌 우리들은 어디에 하소연 하냐"고 울먹였다.
매몰 작업이 진행된 농장으로 통하는 주요 길목에는 방역 통제초소가 설치돼 이동차량을 소독하고 있을 뿐 오가는 주민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고 작업차량들만 쉴새없이 이 일대를 드나들며 방역물품를 나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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