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어제 들어온 제보 > 누가 이 여성을 억울하게 하였는가? (행자부 열린마당에서)

김대통령이 말하는 성역없는 사정이 뭔지 알고 싶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는 가차없이 닭장차에 실어 내다 버리는 그 이유를 알고 싶단 말입니다. 비리를 저지르는 권력자들은 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호하는 겁니까?

휴대용 부탄가스 하나와 냄비하나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두고온 가족 걱정에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넘어가는지 모릅니다. 서울에 있는 사법 피해자들이 밥을 해오기도 하고 반찬을 날라다 주기도 합니다. 눈물나게 고마운 사람들이지요. 지하
철 화장실에서 나오는 물을 생활용수로 이용하는 이 기막힌 사실을 코앞의 대통령은 아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람꼴이 아니지요. 지금 기자님이 취재를 하고 있는 이순간도 바로 앞에서 두명의 경찰이 보란듯이 지키고 있는 것좀 똑똑히 봐주십시오.

구청하고 건축업자가 야합하는 바람에 이렇게 억울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이놈의 세상이 왜 이리 돌아가는지 생각 할수록 기가 막힐 뿐입니다.

우리가 생사람을 규탄하며 이렇게 오랫동안 농성을 벌인다면 힘있는 그들이 우리를 가만 놔두겠습니까?

지금 앉아있는 바닥에는 냉기가 올라와서 엉덩이가 얼어붙을 지경입니다. 바닥에 종이박스를 깔았지만 말입니다. 밤에는 새우잠을 자면서 얄팍한 담요 한장으로 한기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추워서 도저히 견디기 힘들때는 담요위에 비닐을 한겹 더 덮지요.

억울한 사람들이 몇명씩 찾아와서 지금처럼 서로를 위로하며 억울한 사연을 나누기도 합니다. 여기 벽이나 바닥에 비리를 규탄하는 글을 보십시오. 붉은 글씨로 대문짝만하게 써붙인 저 많은 비리판검사를 똑똑히 보시란 말입니다. 힘있는 저사람들이 모함을 당했
다면 나를 그냥 놔두겠습니까?

그나마 전철 출입문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출입문 밖 통로쪽에서 이렇게 노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춥고 떨려서 밤새도록 잠도 제대로 못잡니다. 내집 놔두고 이런 억울한 경우가 어디 있나 싶어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나같은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판검사가 잘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데 우리사회가 어쩌다 이모양 이꼴이 되었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힘없고 약한 사람을 힘있는 사람이 더욱 힘있는 사람에게 붙어서 짓밟는다면 약자는 누굴 믿고 살아야 합니까? 억울하면 돈벌고 출세하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겁니까?

서울 법대생들이 처음에는 그러더군요. 설마 판검사가 그렇게 경우도 없는 판결을 하겠
냐구말입니다. 그러다가 우리 사건을 검토해 보고는 열심히 싸웠다면서 다시 쳐다보더군
요. 그러더니 저런 엉터리 판검사가 선배라는 것이 부끄러워 견딜수가 없다며 고개를 들지 못하더군요.

밤12시 15분이면 지하철 입구 셔터가 닫히고 새벽 4시 30분에는 다시 열리지요. 문닫은
4시간 동안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오가는 시민들은 한명도 없고 노숙아닌 노숙을 하는 우리와 우리를 지키는 경찰만이 바로 지금처럼 마주보고 있답니다. 농성하는 사람이 많으면 우리를 지키는 경찰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우리가 한발짝만 움직여도 저들이 따라 움직입니다. 전철안이나 인근 상가에 있는 화장실만 가도 엄마소 곁에 바짝 붙어 다니는 송아지 처럼 졸졸졸 따라 다닙니다.

일거수 일투족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감시를 합니다. 저렇게 밀착 감시를 하면서도 우리가 한말이 상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이 참으로 이상합니다. 상부에서 우리의 호소를 알았다면 이렇게 그냥 놔둘리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죄를 지었다면 이렇게 두눈 뜨고 감시만 하지 말고 잡아가면 될텐데 그러지도 않고 억울함을 해결도 안해주니 우리는 어쩌란 말입니까?

경찰들은 두시간씩 교대를 하지만 우리는 24시간 이렇게 노숙하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10년간이나 법정투쟁을 해오면서 가정은 완전히 파산지경이 되었습니다.

나없으면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남편을 생각하면 목이 메입니다. 간호사로 일하는 큰딸과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결혼도 미룬채 못난 엄마를 대신하여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대학생인 막내딸은 고생하는 엄마가 눈에 밟혀 책을 읽어도 머리속에 들어
오지 않는다며 집으로 빨리 내려오라고 성화를 댑니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자식들이 안쓰러워 억장이 무너집니다.

부산에 있는 아이들은 눈물로 호소를 하지요. 다 때려 치고 지금이라도 당장 집으로 내려오라고 울고 불며 전화를 한답니다.

그대로 내려갈수는 없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건강이 나빠지고 홧병까지 났습니다. 청와대에 호소하러 가려고만 하면 경찰이 득달같이 달려와서 닭장차에 실어가니 기가 막힙니다. 법원이나 검찰청 담당검사나 판사를 만나려 해도 입구에서 저지를 당합니
다.

기자들도 그러더군요. 부산 법조계에서는 남귀옥씨 사건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담당판검사들도 의아해 하면서 처음에 사건을 맡은 판검사를 원망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나 가재는 게편이라더니 그들도 나중에는 똑같이 사건을 기각하고 말더군요.

나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본 사람들이 혀를 차더군요. 앞으로는 대통령이 이사실을 알아서 처리해주기를 바랄뿐입니다. 법은 물론이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 했지만 한번 잘못된 판결이 바로 잡히지 않으니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호소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결판이 날때까지 불의와 투쟁을 계속 하겠습니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날이 올때까지 이렇게 여기 이자리서 꼼짝을 하지 않겠습니다.

남귀옥(50). 김옥란(68). 임복순(68). 백학창(52). 이차남(62). 최순실(60). 내옆에 있는 이분들도 모두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랍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한마디 던진다. \"하다 하다 안되면 힘없는 죄로 죽을 수 밖에 없지않겠습니까?\"

경향닷컴 김명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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