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1월 15일 석간으로 바뀐 이후 수도권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 신문이 지연배달되고 있습니다．공신력있는 종합일간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같은 사태가 빚어진데 대해 국민일보의 구성원으로서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
배달지연에 따른 독자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현재 회사 경영진은 무책임하게도 어떠한 사과나 해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이는 국민일보 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망각한 행동입니다．
회사 경영진이 먼저 이같은 사태가 빚어진 배경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이지만 경영진은 나몰라라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평사원과 하급간부들인 저희들이 나서서 이같은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배달지연사태가 빚어진 것은 본지가 석간으로 전환하면서 판매·보급망에 대한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았기때문입니다．석간신문은 낮시간대에 배달되기때문에 배달인력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따라서 석간전환은 배달인력 확보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거쳐 추진돼야 했습니다．
그러나 경영진은 국민일보 사원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석간전환을 불과 40여일 앞둔 지난해 11월 27일에야 석간전환방침과 일자를 최종확정한 뒤 앞뒤 안보고 밀어부쳤습니다．석간으로 전환하려면 시장조사,판매·보급망 확보,석간에 맞는 기사축적,광고주들의 의견수렴 등을 거치는데 적어도 수개월이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회사 경영진은 이런 과정을 거의 생략한채 막무가내로 석간전환을 강행했습니다．회사가 석간전환을 서두른 것은 넥스트미디어그룹 조희준 회장의 필요와 강요때문이었습니다．조회장은 현재 국민일보의 경영자도,대주주도 아니어서 국민일보와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뒷전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휘두르며 경영과 인사,신문제작에 계속 개입하고 있습니다．
조회장은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의 큰아들로 스포츠·연예 전문지인 ‘스포츠투데이’와 경제지인 ‘파이낸셜뉴스’,연예·오락 케이블TV인 ‘NTV’,인터넷업체인 ‘넥스트미디어아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그는 지난 97년 11월 국민일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 국민일보 회장을 거쳐 지난 99년 11월 회사에서 물러난 인물입니다．재임기간 중 그는 국민일보 수송부와 제작국(신문 인쇄,발송업무 담당),총무국,판매국(신문 배달업무 담당),CTS추진본부(인쇄할 필름을 제작하는 곳),조사부(신문스크랩,발행된 신문,잡지,사진,도서 등 각종 자료를 보관,관리하는 곳) 등 신문사에 필수적인 조직들을 강압적으로 떼어내 자신의 기업인 넥스트미디어그룹 계열사로 흡수시켰습니다．종합일간지인 국민일보를 거덜내면서 자신의 미디어그룹을 구축하는데 혈안이 돼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해 3월 하순부터 노동조합 위원장이 초인적인 30일간의 단식농성을 하고 회사 근처에서 연일 규탄집회를 열었던 것은 국민일보를 망치는 조회장에 맞서 국민일보를 살리려는 몸부림이었습니다．
조회장이 소유한 매체들이 어떤 매체들입니까．스포츠투데이는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스포츠전문지로도 사상 처음으로 4개월 연속 경고를 받을 정도로 선정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파이낸셜뉴스도 치밀한 검토없이 조회장의 지시로 급조돼 판매부수나 광고수입이 형편없이 엄청난 적자만 보는 애물단지가 된지 오래입니다．국민일보가 그런 매체들을 위한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놓고 이제는 조간신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국민일보를 느닷없이 석간신문으로 전환시켰습니다．무리한 매체 확장으로 경영난에 봉착하자 국민일보에서 또다시 자금을 끌어내려는 음모를 노골화한 것입니다．
경영진은 국민일보가 석간으로 갈 경우 독자들이 늘고 경영수지도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신문을 접하는 시간이 짧고 신문제작의 시간상 제약으로 인해(1판신문 오전 9∼10시 전후 마감) 지면이 부실해져 판매부수와 광고수입 감소를 초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국민일보는 석간전환과 함께 폭이 좁고 긴 스포츠투데이신문 판형으로 판형을 변경했습니다．국내에서 이 판형을 인쇄할 수 있는 윤전기는 조희준 회장의 넥스트미디어그룹만이 갖고 있습니다．국민일보는 이제 넥스트미디어그룹에 매년 60억원에 달하는 인쇄용역비를 지급해야 합니다．그러나 경영진이 설명한 이 인쇄용역비 지급액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사원들에 대해서는 60억원이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지급할지도 모릅니다.이는 경영진이 무엇이 두려운지 계약체결 내용을 전혀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의혹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이같은 점에 비춰 석간전환은 국민일보로부터 인쇄용역비를 안정적으로 빼가기 위한 계략차원에서 단행된 것입니다．조회장의 돈벌이를 위해 석간전환을 무리하게 강행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필요없어진 공무국을 지난 15일자로 폐쇄하고 직원 26명을 모두 대기발령냈습니다．회사는 이들을 이달 말 정리해고할 계획입니다．
석간전환에는 국민일보를 상대적으로 지명도나 영향력이 떨어지는 스포츠투데이나 파이낸셜뉴스와 같은 스타일(판형)로 변경시켜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는 의도도 숨어있습니다．
국민일보 사원들의 90%는 이같은 불순한 의도와 사원들의 생존권 박탈을 전제로 깔고 있는 석간전환에 반대했습니다．백번 양보해 준비기간 부족으로 엄청난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석간으로 가더라도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석간전환일시 연기를 회사측에 여러차례 요구했었습니다．그러나 회사는 “석간전환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아무 문제가 없다”며 1월 15일 석간전환을 밀어부쳤습니다．석간전환 일자가 다가오면서 판매지국에서는 “배달인력이 확보가 안돼 있다”“석간전환을 연기해야 한다”는 항의와 호소가 쏟아졌습니다．
회사측 일부 관계자들도 15일자 석간전환이 무리라는 의견에 공감했지만 경영진은 “조희준회장이 정한 일정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느냐”며 석간일정을 강행했습니다．
그 결과가 15일부터 전 지역에서 빚어진 배달사고입니다．회사측은 준비가 다 됐다고 강변했지만 실제 결과는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 여지없이 입증된 것입니다．
국민일보 판매역할은 현재 별도법인인 국민판매(주)가 맡고 있습니다．국민일보는 신문을 제작해 윤전기(넥스트미디어그룹 소유)로 보내면 책임을 다하는 것이며 나머지 인쇄와 발송,배달은 조회장 소유의 넥스트미디어그룹이 대부분 담당하고 있습니다．넥스트미디어그룹 등은 석간전환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다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배달차질로 국민일보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달지연에 따른 독자들의 항의와 광고주들의 불만은 결국 국민일보로 쏟아지고 있고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신문구독을 중단하고 광고계약도 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항의도 적지않습니다． 넥스트미디어그룹의 오판과 조회장의 오만이 빚어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국민일보는 넥스트미디어그룹이 국민일보에 직·간접적으로 끼친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에 대한 배상을 반드시 받아내야 할 것입니다．
전국언론노조 국민일보지부(노동조합)는 지난 16일부터 불법석간전환 반대와 정리해고 분쇄를 내걸고 전면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신문제작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지만 국민일보가 조희준 회장의 사리사욕에 휘둘려 망가져 가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도 국민일보를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들께 이롭지 못하다는 것이 저희들의 판단이었습니다．우리 파업의 목적은 파업 그자체가 아니라 국민일보가 발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길을 찾는 것입니다．회사 경영진이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일보 발전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제시할 때 우리는 파업을 중단하고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다시 나설 것입니다．다소 불편하시더라도 국민일보 경영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진통임을 너그러이 이해하시고 국민일보 앞날에 대한 성원과 기대를 버리지 마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장문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1년 1월 17일 한국기자협회 국민일보지회,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지부．
154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