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골에 가서 모내기를 이틀 동안 도와 드리고 왔습니다. 그 동안 학교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농사일을 거들어 드리지
못했는데, 올 해 대학교를 졸업하고 짬이 나 도와 드리고
왔습니다. 모내기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이번에 아버지가 천 3백 만원짜리 이앙기를 사셨습니다.
농협 융자로 사셨다는데, 전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아니, 죽을 때까지 농사만 지으실 거에요? 이 비싼 기계를
뭣 하러 샀어요? 이제 농사 지으면 얼마나 짓는다고......
늙어서도 농사만 짓고 살꺼에요?"
신경질적인 말투였죠. 전에 있던 기계는 모가 4개씩 나오고,
직접 논바닥에 들어가 발을 푹푹 빠지며 모를 심어야 하는 구식
기계였습니다.
전에 그 구식 기계로 모를 심고 나면 아빠는 다리가 아파 밤새
우셨습니다. 하루 종일 갯벌 같은 논을 휘젓다 보니 다리가
빠져 나갈 듯이 아프셨던 거지요.
워낙 체구도 작고 몸도 약하신데다 남의 모까지 심어 주러
다니 시다보니 모내기가 끝나고 나면 걸어다닐 힘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번에 산 기계는 모가 6개씩 심기고, 편하게 앉아서 조종할
수 있는 기동력이 강한 최신 기계입니다. 천 3백만원이라...
지금 있는 중고 트럭을 2백만원을 주고 샀으니, 이앙기 살
돈으로 차를 샀으면 새 차를 사고도 남는 돈이지요.
"으휴~ 모내기 철에 얼마 쓰지도 않고 처박아 두는 건데
비싸긴 엄청 비싸니 원."
엄마 말씀이십니다.
"농민들 쓰는 농기계는 정부에서 좀 싸게 팔아야 되는 거 아녀?
어쩐 놈의 농기계 값이 몇 천씩 하니 농민들더러 이런걸 어떻게
사 쓰라는 거여~?"
모내기 구경하러 오신 아저씨도 울분을 터뜨리십니다.
저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에 집에서 쓰던 구식
기계는 5,6년밖에 안 쓴 겁니다. 그 기계를 살 때 수백만원을
주고 샀습니다. 당시에도 농협 융자를 받아서 샀지요. 그런데
자꾸 기동력이 좋은 새 기계가 나오니까,
게다가 부모님은 점점 늙어가면서 체력이 부족하시다 보니까
새 기계를 안 살래야 안 살 수가 없는 겁니다.
트랙터 같은 기계야 사철 쓴다고 하지만, 이앙기와 콤바인 같은
거야 봄철 모내기 때 1~2주, 가을철 추수 때 1~2주 쓰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1~2주 잠깐 쓰는 걸 갖고 천 3백, 비싼건 몇 천까지
받고 팔아야 하는지 기업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모내기,
추수철에 잠깐 쓰고 처박아 두고, 또 다음 해에 잠깐 쓰고
처박아 두고, 그러다 또 새로운 기계 나오면 몇 해 쓰지도
못한 거 팔아 치우고 새 기계 사고......
이러니 농가에선 부채만 쌓이는 거 아닙니까.
이앙기, 콤바인 같이 한 철 잠깐 쓰는 농기계는 대여를 해
주든지, 구식 기계를 가져가면 돈을 더 보태 최신식 기계로
보상 판매 해 주었으면 합니다.
아버지는 구식 기계를 팔았다고 하셨지만 뭐 얼마나 받고
팔았겠습니까.
갈수록 빚만 쌓이는 농촌 현실이 가슴 아프고 화가 나고
울분이 생깁니다.
일한 만큼 대가가 돌아오는 농촌을 위해 정부에선 더 힘써
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이 농기계 사용에 관한 부분은 무척
중요합니다.
아래 쓴 글을 보니 저도 공감한 부분인데, 전에 쓰던 구식
이앙기 경우에도 툭 하면 기계가 고장 나 서비스센터를 밥
먹듯 드나들었습니다. 또 출장 수리를 받아야 했고요.
출장 수리비, 부품 교환비 등등 엄청난 돈이 들어갑니다.
멀쩡한 새 기계를 샀는데 왜 또 돈을 내서 수리를 받고,
부품을 갈아 끼워야 합니까?
농기계 수리 하다 하루 해 꼴딱 넘어가고, 농기계 고장 나
속 썩고, 수리비는 수리비대로 돈 나가고, 모내기 제 때 못
해, 추수 제 때 못 해서 또 속 썩습니다.
정말 부지런히 일한 만큼 노동의 대가가 돌아오는 농촌
사회가 언제나 될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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