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부터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아니 새벽이었다.
양배추 심는날이다.
동네 아주머니들 한차 태우고 밭으로 달리는 아침 공기는 언제나 싱그럽다.
미리 실어보낸 양배추 모가 밭 언저리에 빙 둘러져 있는 모양은 보기만해도 위안이 된다.
지난주까지 지겹도록 자주오던 비가 이번엔 꾀 오래도록 안온덕에 메마른 밭을 적시느라 포기마다 들어갈 자리에 물 주는게 여간 버거운게 아니다.
날은 왜 이리도 더운지...
그래도 이게 천직이기에 즐겁게 땀 흠씬 쏟으며 표정관리 가능하다.
오후참에 곁들인 술한잔이 마지막 체력을 억지로 버텨줄쯤 넓고 텅비었던 밭 한자리가 연두의 수즙은 밭으로 변해 있었다.
이보다 큰 포만감은 아는사람만이 알리라.
뒷정리 하고 돌아서는데 우와!!!소나기가 쏟아진다.
물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양배추들의 원성이 하늘에 닿았나부다.
이런 멋진 끝내기는 근 몇년만에 첨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소나기는 우박으로 변했다.
목마름의 아우성이 고통스런 비명으로 바뀌고,
함박웃음 머금던 동네 아주머니들의 인정어린 표정이 일그러질때,
연두의 밭은 하얗게 하얗게 얼음덩이들의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었다.
물한모금 입에물고 하늘한번 처다보고 또 한모금 입에물고 땅한번 내려다 보는 병아리같은 나약한 우리네 현실이 회한으로 다가오고,
또다시 농사지면 성을 갈겠다고 다짐하던 지난 가을의 어느 늦은밤 술자리가 절실히 되뇌어 진다.
천재지변.
보험혜택도 받을수 없는 골때리는 웃기는 개같은 경우다.
하늘과 싸운다.
농민만이 그 우매한 승산없는 싸움을 택하고 지금껏 해오고 있었다
바보만이 할 수 있는, 바보가 아니면 하지않는,그런 싸움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몸짓이 바로 농업이다.
이러다간 밤새도 안끝난다...ㅎㅎ
그만 해야겠다.
우박쏟아지는 그림 지우려고 퍼마신 술이 꾀 높이 치솟아 오른다.
내일 아침엔 멍들고 찢겨진 여리디여린 양배추들 아우르러 가야한다.
누굴위한 전투인가?
누굴위한 투쟁인가?
대상없는 몸짓이 허공에 나부끼는 하루였다.
농업은 진정 나만의 생존을 위한 작은 몸부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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